국내 1위 패션 B2B 플랫폼 ‘신상마켓’을 만드는 딜리셔스는 시스템화 된 동대문을 구축한다는 비젼 아래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1년 1월 딜리셔스라는 이름으로 회사가 탄생했고, 2013년 7월에 신상마켓 서비스가 세상의 빛을 보았는데요. 이후 시리즈A, 시리즈B, 네이버 투자를 꾸준히 유치하며 딜리셔스는 나날이 성장해 나갔습니다. 성장 가도를 달리는 와중 딜리셔스의 가치와 잠재력, 향후 비전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딜리언즈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 딜리셔스의 얼굴을 찾기 위한 여정이 2019년 10월부터 2020년 3월까지 6개월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파트 주도로 진행되었습니다. 반 년간의 대장정 끝에 딜리셔스는 새로운 로고와 브랜드 가치를 정립하였고, 2020년 4월 8일 브랜드 세미나를 통해 전사적으로 그 과정이 공유되었죠.
동대문 패션 도매 사업자와 전국의 패션 소매 사업자 간의 거래를 이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만큼 딜리셔스는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거래와 거래,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매개체인 ‘서명(signature)’을 메인 아이덴티티로 차용해 딜리셔스 브랜딩 작업을 진행하였는데요. 딜리셔스 브랜딩 작업을 이끈 안종우, 유혜지 디자이너에게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물어보았습니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파트 안종우 책임 디자이너(이하 ‘종우’) :딜리셔스는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여러 사업자, 비즈니스, 사람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도출하는 곳이에요. 때문에 ‘고객의 사업을 쉽고 즐겁게’라는 미션 아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서명은 곧 개개인의 신뢰를 상징하고 이를 기반으로 딜리셔스는 사람과 사업을 연결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징이라 판단했어요.
종우: 딜리셔스를 구성하고 있는 딜리언즈 한 분, 한 분께 ‘딜리셔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가치에 대해 먼저 여쭈어 보았어요. 딜리셔스는 무엇인지, 누구인지 알아보는 리서치 과정을 거쳐 이를 비주얼 작업으로 연결했고요. 비주얼 아이데이션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브랜드에 적용하는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현재 로고와 작업물 등이 탄생했습니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파트 유혜지 디자이너(이하 ‘혜지’) :
딜리셔스는 회사의 구성원, 딜리언즈라 부르는 이 분들을 모두 케어하는 조직이에요. 딜리언즈가 있어 딜리셔스가 존재하기에 구성원 분들의 서명을 하나씩 수기로 수집해 이를 브랜딩 과정에 적용했어요. 서명은 곧 그 사람의 몸짓이자 제스쳐이기에 개개인이 가진 특장점을 브랜드에 녹여낼 수 있었죠. 각 서명이 가진 굴곡(curve)를 브랜드 이미지에 적용했고 이를 딜리언즈 명함에도 넣었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수고스러웠지만 덕분에 개개인의 특색을 살린 디자인 명함이 탄생할 수 있었죠.
종우: 서명이 가진 고유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살리기 위해 가장 많이 신경을 썼어요. 딜리언즈 개개인의 역동성을 표현하면서도 딜리셔스 브랜드 전체가 통일성을 갖춘 하나의 이미지로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쉽진 않았죠. 개인마다 다 다른 선의 이미지를 컬러와 곡선으로 규격화해 딜리셔스 브랜드 시스템에 적용했습니다.
종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신상마켓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군이 명확하지만 딜리셔스는 회사 그 자체, 무형의 자산을 기반으로 한 작업이었거든요. 특정 서비스나 제품,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리서치와 스터디에 시간을 많이 쏟았어요. 딜리셔스는 하나의 시장, 거대한 비즈니스 그 자체거든요. 특정 서비스가 아니라 시장 전반으로 보고 포괄해야 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죠.
혜지: 안종우 님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전체 산업군의 그림을 보고 나니 회사의 브랜드를 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딜리셔스는 동대문 패션산업 그 자체이면서도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거든요. 그 사이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작업이었죠. 한편으론 전통적인 방식으로 움직이는 동대문 자체에 박혀 있는 선입관을 깨야 하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혜지: 세미나실 전면을 둘러싼 유리벽에 리서치 결과를 붙여가며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그 넓은 공간에 있는 유리벽 전체를 전지로 모두 메꾸게 될 줄은 몰랐어요. 나중에 보니 종이가 햇볕에 바래 누렇게 떴더라고요. 브랜딩 마치고 그 종이들 다시 다 떼느라고 팔 떨어질 뻔…
종우: 딜리셔스 입사했을 때만 해도 서로 낯설고 데면데면 했는데 브랜드 페르소나 서베이를 진행하면서 구성원 분들이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어요. 다들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참여하며 딜리셔스에 대한 의견을 표출해 주셨죠. 본인의 서명이 직접 적용되기에 구성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서로의 가치를 이어주는 작업이 될 수 있었어요. 개별 서명의 가장 아름다운 곡선을 찾는 작업이 우리 구성원 자체의 특장점을 찾아보는 작업이라 느껴졌거든요.
혜지: 처음에 전체 인원이 100명일 때 서명을 각각 다 받아 누끼를 따는 작업을 했는데요. 명함 제작물을 수령하고 나서 디자인에 깨진 부분은 없는지 하나씩 확인하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혜지: 딜리셔스라는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명함으로 시작해 딜리셔스에서 사용하는 물품에 하나 하나에 우리 딜리언즈 한 명 한 명의 아이덴티티(서명)가 녹아 있기 때문이죠. 딜리언즈 모두가 브랜드 작업에 참여한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종우: 각자가 서로의 모습을 한번씩 확인한 계기이자 딜리셔스라는 조직의 상징성을 구체화한 작업이었어요. 보통 회사 같으면 명함을 받고 미팅 때만 이를 활용하기 마련인데, 딜리셔스는 각자 명함 패턴을 궁금해하며 서로 교환하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스타트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구성원끼리 서로 융화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브랜딩 작업을 통해 서로 알아가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종우, 혜지: 딜리셔스 브랜드 자체가 단순히 하나의 특정 제품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만큼 큰 책임감이 느껴져요.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파트에서 딜리셔스라는 소중한 생명체가 더 활발하게 숨쉬고 움직일 수 있도록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브랜드가 계속 살아 숨쉴 수 있도록 여러 각도에서 대내외 작업들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입니다. 2020년 새롭게 탄생한 딜리셔스, 많이 아껴주세요!